[화담일보 = 임유찬기자]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에게 의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들을 인정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유로뉴스의 11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장 직무 정지 이후 재판소 밖에서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대치하는 등 재판관 임명과 재판소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2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하원인 세임에서 적법하게 선출된 재판관들을 인정하고, 이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업무를 시작하도록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폴란드에 큰 대가를 초래할 수 있는 강경 대결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등의 핵심은 의회의 재판관 선출이 실제 취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회가 새 재판관들을 선출했지만, 이들 모두가 대통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족주의 성향 야권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판관 임명이 고도로 정치화하면서 재판소의 독립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10년 넘게 이어진 헌정 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앞선 법과정의당(PiS) 정부는 2015년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재판관들을 임명했다. 투스크 총리와 유럽연합(EU)은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2023년 재집권한 이후 이 헌정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긴장은 지난 10월 30일 금요일 밤 한층 높아졌다. 사법 당국과 정치권이 재판소 지도부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에 나선 가운데 경찰이 재판소 주변에 배치됐다. 재판소장 직무 정지 이후 벌어진 대치 상황 속에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세네갈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바르샤바로 돌아왔다.
정부 조치를 바라보는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보수 성향 시위대와 우파·극우 야권 인사들은 이를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반면 친유럽 성향 집권 연정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10월 31일 토요일 정치 지도자들과 회동했지만, 주요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폴란드 의회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행위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폴란드 헌법과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의 관련 판례를 존중하며 기능하도록 보장할 책임은 폴란드 당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임 헌법재판관 8명의 임명은 세임의 헌법상 권한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