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표적만 겨냥하던 항체 치료제가 두 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일항체의 치료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이중·다중항체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기술 개발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항체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제조와 품질관리 난도가 높아져, 개발 속도와 생산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두 항원이나 결합 부위를 동시에 인식하도록 설계한 항체다.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연결해 면역반응을 유도하거나 질병과 관련된 복수의 신호전달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다중항체는 이를 세 개 이상의 표적으로 확장한 기술이다.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에서도 이중·다중항체의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공정 혁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태희 상무는 "이중항체 개발은 기존 단일항체 공정을 조금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물질의 구조와 특성을 파악해 적합한 개발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항체는 여러 단백질 사슬이 정확하게 결합해야 하는데, 잘못 조립된 항체나 응집체 같은 불순물은 정상 항체와 특성이 비슷해 분리와 정제도 까다롭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개발부터 배양, 정제, 제형 설계, 분석까지 단계마다 물질별 맞춤형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배양공정 개선 사례에서는 단백질 단편화 수준을 약 34%포인트 낮추면서 생산성을 약 20% 높였고, 정제 사례에서는 응집체 비율을 약 50%에서 1% 수준으로 줄였다. 벡터 제작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까지 약 13개월 걸리는 기간을 9.5개월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다만 9.5개월에 완료된 과제는 아직 없고, 단계별로 단축한 사례들을 조합해 제안하는 단계다.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며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PD-1과 VEGF를 동시에 겨냥하고 인터루킨-2 변이체를 결합한 삼중특이 면역항암 후보물질 ‘AR170’의 후속 임상 진입을 추진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벗어나 ADC와 다중항체 후보물질 ‘CT-P72’ 등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다중항체가 단일항체보다 반드시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복수 표적에 따른 효능 개선 가능성과 함께 예상치 못한 독성, 제조 비용 증가, 임상 검증의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는 후보물질의 차별화와 개발 효율성, 상업생산 역량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국내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