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최서빈기자] 파라과이 우에노은행의 자본 부족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의 탄핵 절차로 번졌다. 중앙은행의 은행 정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통령과 은행 소유 기업집단의 사업 관계 및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DW가 11월 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페냐 대통령은 사임서를 냈지만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직무를 유지하고 있다.
파라과이 중앙은행(BCP)은 2026년 11월 3일 우에노은행이 최소 지급여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개입했다. 은행이 떠안은 위험을 뒷받침할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영업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수백만명의 고객이 계좌에 접근하지 못하게 됐고, 중앙은행은 은행 청산 절차에 착수했다.
우에노은행은 파라과이 대기업집단 그루포 바스케스 소속 디지털은행으로 2021년 출범했다. 최근 고객 수는 파라과이 인구의 거의 절반인 약 300만명에 달했다. 빠른 성장과 함께 은행 소유주 관련 기업에 대출이 과도하게 제공됐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돼 있었다.
수사의 초점은 계열 기업 대출이 법적 한도를 넘었는지, 일부 거래가 자본 부족을 감추고 재무 상태를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쓰였는지에 맞춰져 있다. 문제 징후가 있었는데도 중앙은행이 더 일찍 개입하지 않은 경위 역시 쟁점이다. 검찰은 금융범죄 의혹과 관련해 세 갈래 수사를 발표했다.
11월 4일에는 은행 임원 8명과 관련 기업 관계자 19명 등 모두 27명이 기소됐다. 수사 대상에는 배임과 사기 미수, 위기 상황에서의 의무 위반, 법정 기록 유지 의무 위반 의혹이 포함됐다. 이튿날 법원은 그루포 바스케스 회장 페데리코 미겔 바스케스 비야산티를 비롯한 전직 은행 경영진 여러 명의 구금을 명령했고, 다른 피고인 2명에게는 가택연금 조치를 내렸다.
공공자금의 규모와 집중도도 논란이다. 우에노은행의 주요 자금 예치기관에는 연금과 사회복지 급여 지급을 담당하는 사회보장기관 IPS가 포함된다. DW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 은행이 운용하는 공공자금이 8억~8억5000만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다른 국가기관들도 이 은행에 자금을 계속 예치한 것으로 전해져 공공기관의 자금 운용 결정과 위험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페냐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5년 3월까지 그루포 바스케스와 사업 관계를 유지했으나 은행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그가 2023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한 카를로스 카르바요의 이력도 논란이 됐다. 카르바요는 임명 전 우에노은행의 전신인 금융회사 피난시에로 우에노의 회장이었다. 이 때문에 이해충돌과 은행 감독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11월 3일 대통령의 요청으로 사임했다.
페냐 대통령은 11월 5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를 심의할 양원 합동회의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원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의결했고, 상원은 중대한 직무 위반을 사유로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 페냐 대통령은 절차에 응하고 방어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퇴진 방식에 따라 면책 지위도 달라진다. 사임으로 물러나면 자동으로 종신 상원의원이 돼 기소에 대한 의회 면책특권을 얻지만, 탄핵으로 파면되면 그 지위를 잃어 기소될 수 있다. 대통령이 퇴임할 경우 헌법에 따라 페드로 아야나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의회가 새 부통령을 선출한다. 현 임기는 2028년 8월까지다.
예금은 고객 1인당 미화 3만7600달러 상당까지 법적으로 보호된다. 예금자당 약 2만달러를 먼저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도 통과됐다. 다만 고객들이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시점과 법정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의 처리 방안은 아직 불분명하다.


